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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본 생애 최초의 가부키


2011년 6월 9일 저녁, 후쿠오카 나우의 2명의 한국인 인턴이 하카타좌에서 를 감상했습니다. 처음으로 가부키를 본 두 명의 감상은? 박은지와 오민지가 전합니다. 가부키, 일본을 듬뿍 느끼다
by 박은지
지난 6월 9일, 하카타좌 앞에는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나는 저녁 시간의 공연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였는데, 마침 낮 시간의 공연이 끝났는지, 사람들이 공연장으로부터 빠져나오고 있었다.교복 입은 중학생들부터 예쁘게 기모노를 차려 입은 여성들,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가부키, 그 굴곡의 역사

오미야게(토산물)를 들고서 (박은지)
가부키는 지난 2005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예술이지만, 가부키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가부키의 시작은 에도시대였다. 노와 교겐이 귀족들과 무사 계급들을 위한 문화였다면, 가부키는 상인, 농민 등 하층 계급의 연극이었다. 그래서 가부키의 내용을 보면 신분제도의 부조리나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 의식을 포함한 것이 많다. 또 현재의 가부키는 모든 역할이 남자들에 의해 이루어지지만, 최초의 가부키는 여성에 의해 공연되었다. 그런데 가부키가 매춘과 연결되면서 가부키에 여자 배우는 전면 금지되었다. 그리고 등장한 것이 어린 소년들의 가부키였는데, 이들 역시 성적인 표현이나 매춘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후 한동안 가부키는 전면 금지되어 역사에서 사라지는 듯 보였으나, 끊임없는 가부키 부활 운동으로, 성인 남자만 출연할 것(앞머리를 모두 밀 것)과 성적인 무용이 아닌 연극을 할 것, 두 가지의 조건으로 가부키는 부활하였다.

일본을 대표하는 연극 전용 극장, 하카타좌
하카타좌는 일본을 대표하는 연극 전용 극장이다. 동서양을 섞어 놓은 듯한 외관에, 내부는 호텔처럼 세련되게 꾸며져 있다. 객석 로비에는 하카타좌에서만 볼 수 있는 여러 기념품, 먹거리를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어 마치 작은 마츠리를 연상시킨다. 공연장 내부 또한 매우 고급스럽다. 객석은 3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가부키 특유의 회전 무대와 객석을 가로지르는 하나미치(꽃길)이 설치되어 있다.

6월 하카타좌대가부키, 그리고 저녁공연의 줄거리
6월 한 달 동안 진행되는는 점심 공연과 저녁 공연으로 나뉘어 진다. 점심 공연과 저녁 공연은 각각 세 가지의 전혀 다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가부키는 유명한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많고, 원래 그 길이가 굉장히 길다. 우리가 보는 것은 그 중에 하이라이트만을 뽑아낸 것으로 전후 상황을 알지 못하면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우므로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로비에 팜플렛이 놓여 있으니 참고하자. 내가 감상한 저녁 공연의 줄거리는 대충 이러했다.

첫 번째, 가나데혼 추신구라 7번째
가부키의 3대 명작 중 하나인 이 작품은를 그린 것으로, 그 중 7번째에서는 쿠라노스케가 적의 눈을 속이기 위해 기온의 유곽에서 일부러 술에 취한 척 여흥을 즐긴 일화를 담고 있다.
두 번째, 하나부사슈우쟈쿠지시
온나가타(여자역을 맡은 남자배우)가 추는 시시모노(사자에 관련된 음악, 춤)의 대표작이다. 이것은 노의 ‘이시바시(돌다리)’로부터 온 것으로, 몬쥬보살이 계신 세이료우산에는 자연히 생긴 돌다리가 있어 신령스러운 사자가 나타난다는 전설을 바탕으로 만든 춤이다.
세 번째, 사카나야소우고로우

객석의 모습
오키쿠라는 여성의 망령이 접시를 세는 일로 유명한 ‘사라야시키’전설을 바탕으로 한 희극이다. 평소에는 분별 있는 소우고로우이지만 술만 마시면 사람이 변해 금주하고 있다. 쯔타가 살해 당한 것에 분노하는 아버지와 가족을 진정시키며 그는 슬픔을 참내하고 있었다. 그런데 동배인 오나기가 와서 사건의 진실을 전한다. 소우고로우는 지금까지 참아왔던 슬픔과 화가 폭발하여 술에 손을 대고, 술에 취한 소우고로우는 영주를 찾아간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가부키
1. 가부키에서는 마이크를 쓰지 않는다. 연주도, 노래도, 대사도 마이크 없이 진행된다. 이것이야말로 기계음이 전혀 섞이지 않은 진짜 라이브다.
2. 가부키는 보여지는 형태를 중시하기 때문에 무대배경과 여러 소품들이 놓인 위치, 인물들의 배치는 항상 한 폭의 그림 같다.
3. 회전하는 무대 장치를 사용하여 무대전환 시간을 줄인다.
4. 샤미센은 노나 교겐에서는 볼 수 없는 악기로, 오키나와로부터 전해졌다. 이는 가부키의 개방적 태도를 보여준다.

기타 서비스 및 표 구입
가부키에서 연기자들이 쓰는 말은 옛말이 많아 일본 사람조차도 완벽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관람 중 극 이해에 도움을 주는 이어폰 안내 서비스(유료)가 있다. 서비스는 영어와 일본어 중 선택 가능하다. 또, 좌석이 무대로부터 많이 떨어진 경우, 오페라 쌍안경을 대여하여 이용할 수도 있다. 무릎 담요도 대여 가능하다.
티켓은 전화 예매나 인터넷 예매를 하거나, 현장에서 직접 구입할 수도 있다. 매표소는 건물에 들어서서 바로 왼쪽 편에 자리하고 있다.
가부키에는 즐길 거리가 많다

또렷하고 아름다운 색깔의 무대의 막(돈쵸우)
난해하게만 생각했던 가부키, 실제 관람해 보니 기대 이상으로 즐길 거리가 많았다. 4시간 30분이라는 짧지 않은 공연 시간이지만, 다채로운 기모노들과 무대 구성, 여자보다 더 여성스러운 온나가타의 표정, 몸짓, 춤, 노래, 은은히 흐르는 샤미센의 가락, … 30분 휴식시간에 먹는 도시락은 소풍 온 느낌 마저 들게 한다. 로비에는 각종 토산품이나 먹을거리, 하카타좌 한정의 과자 등이 즐비하고, 시식도 가능하다. 가부키는 딱딱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공연 중간중간에 해학적인 표현이 많아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고, 한국의 탈춤이나 풍물을 관람할 때처럼 관객석으로부터 추임새를 넣기도 하는 등 분위기가 자유롭다. 가부키는 상시공연이 아니다. 하카타좌에서는 올해 2월, 6월과 11월만 공연이 열린다. 기간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기회가 있다면 꼭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

한국인의 눈으로 본 가부키
by 오민지
일본하면 생각나는 여러가지 이미지 중 가장 큰 것이 가부키가아닐까 싶다. 처음 내가 가지고 있던 가부키에 대한 지식은 짙은 화장을 한 남자배우들이 연기하는 전통극이라는 사실과 한국의 시조나 판소리의 연극판이라는 것이었다. 가부키는 일본을 대표로하는 연극이지만 외국인인 나로선 선뜻 보러가기엔 두렵다는 이미지 또한 있었다. 한국의 판소리나 탈춤도 그에대한 아무런 지식없이 본다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하나의 춤사위에 불과하듯 말이다.

휴게시간에 도시락을 먹으며 (오민지)
가부키의 매력으로는 남자배우가 연기한다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배우들의 연기솜씨와 일본만이 가진 특유의 분장과 그들의 의상이라 생각한다. 대다수 뮤직컬에서도 남자들만이 연기하는 연극은 아마 유일한 것이 일본의 가부키이다. 남자배우들로 이뤄진 가부키이지만, 이야기 속 역할은 남녀로 모두 주어져 연기한다. 여자역을 맡은 배우들은 80세 이상의 배우도 있고, 그들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이어가며, 마치 여성처럼 보이는 춤 솜씨를 보여주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한 그들의 연기력과 춤 솜씨 외에 눈길을 끈 것은 특수분장과 의상이었는데, 흰 분을 바르고 그 위에 눈과 입을 강조하는 것은 일본화에서 직접 나와 연기하며 움직이는 그림을 연상시키는 듯 했다. 의상도 각각의 신분을 나타내며, 또한 계절에 따른 화려한 색감의 하카마와 기모노가 극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되었다.
한국의 전통예술중 가부키와 유사한 것은 아마도 탈춤아닐까 생각되어진다. 특수 분장이나 화장을 하진 않지만, 처음 가부키가 서민과 천민으로 취급받던 신분이 낮은 이들의 상대로 생겨났듯 한국의 탈춤또한 그러하다. 탈춤은 배우들이 다소 과장된 표정이 그려진 가면을 쓰고 연기를 한다. 극의 주된 내용은 대체적으로 옛날 양반들을 비판하거나 풍자하는 식이며, 지금 또한 옛날 그 시대처럼 극은 극장이 아닌 밖에서 모든 사람들이 앉아서 관람할 수 있게, 특별한 형식을 취하지는 않는다. 이렇듯 생겨난 것과 극의 의도도 비슷한 전통극이지만 차이 또한 크다. 한국의 탈춤과 마당놀이는 지금도 서민을 위한 극의 이미지가 강해 그다지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예술이다. 하지만, 일본의 가부키는 오늘에서는 서민을 위한 이미지보단 고급화된 전통극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사실은 관객들의 모습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관객들은 대부분 일본 전통복인 기모노차림으로 입장하는 관객들이 많은데 그 또한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관객들의 품위를 알 수 있다.

알기 쉬운 일본어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이어폰가이드
가부키를 직접 보며 느낀 것은 또다른 일본의 모습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평소 생활 속에서 느껴왔던 일본의 이미지와 전통극 속에서 느끼는 일본의 모습은 또 달랐다. 가부키 또한 전통극이기에 극의 내용은 일본의 역사 속 이야기가 많았는데, 내가 보게 된 오후편의 세 이야기는 내가 보지 못했던 그런 여러 모습들을 보게 해주었던 것 같다. 한국 또한 양반과 농민,상민 등 신분의 차별이 역사 속에 있었지만, 주군 즉 장군, 무사, 농민, 상민 등의 신분으로 나뉘어 그에 따른 차별 속에 살아왔던 그들의 애환이 담긴 소우고로의 이야기와 주군을 생각하며 복수를 하기 위해 기회를 노리는 유라노스케의 이야기 등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여러 형태의 일본 전통 춤사위를 감상할 수 있었던 2번째 편 또한 인상 깊었다.
가부키를 보며 내가 느낀 것은 사라져 가는 전통극을 사랑하고 지키려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보며, 내 나라 한국도 우리 전통극인 마당놀이, 탈춤 등을 대중화시키는 데에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록, 금액으로는 학생인 내가 자주 보러 가기엔 어렵지만 다시 느껴보고 싶을 만큼의 관객들을 대하는 성의와 자부심을 가지고 몇대에 걸쳐 극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배우들은 보는 내내 감동을 주었다

일본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도시락
그리고 처음 가부키를 보러가는 이가 있다면, 우선 간단한 설명이 있는 팜플렛이나 인터넷에서 내용을 참조하고 가는 것이 극의 이해를 돕는다고 생각한다. 극의 내용을 알지 못한 채 가게 된다면, 내용을 따라가기 위해 정신 없어 화려한 춤과 특수분장 그리고 연극에 집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공된 도시락은 한국과는 다른 일본 특유의 음식들이 있어 관람하면서 일본의 느낌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카타구 시모카와바타마치2-1

Tel: 092-263-5858, Website: www.hakataza.co.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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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ly published in Fukuoka Now magazine (fn151, July,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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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kuoka City
Published: Jul 1, 2011 / Last Updated: Jun 1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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