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카타역에서 도보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라쿠스이엔은 차분한 분위기의 일본 정원입니다. 하카타의 상인인 시모자와 젠에몬 치카마사가 1906년에 세운 스미요시 별장터에 지어졌습니다. 치카마사는 아버지 나오마사와 함께 2대에 걸쳐 가업에 종사하며 하카타의 발전에 기여한 인물입니다. 그는 라쿠스이라는 호를 짓고 같은 자리에 라쿠스이안을 설립해 차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이곳이 2차 대전 이후 여관으로 바뀌며 라쿠스이소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라쿠스이엔은 당시의 이름을 물려받은 것입니다. 1995년에는 후쿠오카시가 지천회유식(池泉回遊式) 일본 정원으로 재단장해 시민들에게 공개했습니다. 정원 내부에는 연못을 에워싸듯 배치된 나무와 등롱, 자연석을 이용한 폭포 등이 있고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 등 계절마다 바뀌는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느긋이 산책하다 보면 도심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깜빡할 정도로 조용한 공간입니다.
라쿠스이엔 입구에는 하카타베이라 불리는 담장이 있습니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하카타의 전후 부흥을 실시했을 때 신사와 절, 상인들의 저택 토담에 전쟁으로 불타버린 돌과 기와 등을 사용했던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 정원 내에는 치카마사가 세웠던 다실을 복원한 라쿠스이안도 있습니다. 다도 모임 등으로 이용되지 않을 때라면 누구나 말차와 계절 다과를 유료로 맛볼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다실에서 즐기는 차의 맛은 한층 더 각별하지 않을까요.
정원에서는 스이킨쿠츠(水琴窟)라는 장치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실에 들어가기에 앞서 손을 깨끗이 씻기 위해 마련된 물그릇 아래 땅속에 병 등을 묻어 빈 공간을 만든 뒤 그 안으로 물방울이 떨어지도록 해 반향음을 즐기는 장치입니다. 귀를 기울이면 땅속에서 어렴풋한 음색이 울려 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도 모임 외에 결혼식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사진 촬영 장소로도 사용되는 라쿠스이엔. 근처에 위치한 스미요시 신사와 함께 지역주민들의 도심 속 오아시스가 되어주고 있습니다.